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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문

북한자원개발을 위한 재원조달 방안

북한 경제에 가장 큰 과제가 무엇인가를 꼽으라면 에너지문제가 될 것이다. 그 중에서도 전력부족은 북한 경제난의 가장 핵심적인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산업계획은 전력공급을 주어진 생산요소로 보고 수립하고 있으나 북한의 경우 아무리 정밀하고 의욕적인 산업계획을 수립해도 전력 공급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통치권자의 각별한 관심과 명령이 없는 한 단순히 “계획”으로만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작년부터 김정은 체제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각 지방의 특성을 활용한 산업화 정책인 “13개의 경제개발구 계획”도 결국은 전력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계획으로만 그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외국인 투자유치가 어려운 이유는 불투명한 제도, 비상식적인 거래관습의 문제도 있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전력을 정상적으로 공급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중국 기업들이 북한 광물자원을 탐해왔지만 지금까지 투자가 부진한 이유도 전력문제 때문이다. 그래서 북중 접경지역에서 중국의 전력을 받을 수 있는 광산개발만 일부 추진될 뿐 북한 내륙에 투자한 광구는 거의 없다.

북한 경제가 현 난국적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전력을 비롯한 에너지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은 체제의 폐쇄성으로 에너지난을 탈출하기 어려운 정치·경제적 구조를 갖고 있다. 북한 정권 수립후 지금까지 북한의 에너지정책 기저는 자급자족의 공급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주체사상에 입각한 자력갱생의 자립적 민족경제 건설노선 때문에 국내 자원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에너지공급 기반을 만들어 왔던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북한에는 석유나 가스가 생산되지 않고 부존된 에너지자원은 무연탄과 수력뿐이다. 그래서 북한의 1차 에너지공급 구조는 무연탄이 56%, 수력은 30% 가까이 되고 수입 에너지인 석유는 5% 수준에 불과하다. 전력도 무연탄 발전소에서 약 40%, 수력 발전소에서 60%를 생산하고 석유발전소는 나진선봉 지역에 불과 20만kW 규모의 발전소 하나가 있지만 그나마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이 효율이 높지 않은 에너지를 갖고 국가의 동력체계를 이루려다 보니 자연히 북한 전체 산업의 비효율을 자초하게 된 것이다. 더구나 에너지 수입을 억제하기 위해 무리하게 국내 에너지 이용을 독촉한 것도 산업 생산성을 떨어트린 요인이다.

물론 북한도 나름대로 기술개발을 통해 보유한 자원생산력을 증강시키고 에너지로서의 이용률을 높이는 노력들을 끊임없이 추진해왔다. 이러한 정책은 북한이 자력갱생의 경제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서 기술혁신과 과학기술의 발전을 강조한 그들 나름대로의 이념적 기반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다. 저열탄 활용기술, 석탄가스화 공법, 유역변경식 수력, 주체철 공법, 비날론 개발 등은 북한이 에너지분야에서 이룩한 대표적인 주체 기술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들이 북한의 에너지 문제를 극복하는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한편으로는 자급자족의 에너지 체계를 이룬다면서도 발전설비나 정유설비와 같이 주요 에너지설비들은 중국이나 구소련 등 공산권국가뿐만 아니라, 일본, 유럽 등 서방국가에도 의존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에너지공급의 자급자족 정책을 지향한 결과 현 북한의 에너지체계는 악순환의 고리(vicious circle)에 빠져서 에너지난이 점점 더 심화되는 난국으로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전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탄광에서 무연탄의 생산이 어려우며, 무연탄 공급 부족은 전력생산에 차질을 주고, 전력부족으로 다시 무연탄을 제대로 생산하지 못하는 현상들이 순환되는 것이다. 특히 북한의 무연탄 광산은 오랜 가행으로 갱도가 심부화되면서 전력소비가 더 드는 설비의 현대화가 요구되는 실정이다.

북한의 주력 에너지인 수력 역시 남한보다는 많지만 주에너지로 활용할 만큼 충분하지 않을 뿐 아니라 갈수기 등 계절에 영향을 많이 받아 북한의 전력공급 안정도를 떨어트리고 있다. 또한 지방과 소규모 마을의 에너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이나 하천의 낙차를 이용한 중소형수력발전기 설치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했지만 설비 기술력이 떨어지고 유지보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북한의 에너지 공급 증강에는 큰 실효성을 보지 못했다.

북한은 석유개발을 남한보다 거의 20년 앞선 1957년부터 추진해 왔다. 자급자족의 경제를 지향하는 북한으로서는 일찍이 북한 영토 내에서 석유를 발견하겠다는 집념이 컸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폐쇄적 체제와 적대적 대외 관계로 인해 국제적으로 석유개발에 명망이 높은 기업들은 참여하지 않고 소규모의 석유서비스 기업들만 탐사를 추진했다. 그나마 제대로 자금을 투자한 기업은 하나도 없이 결국 성과를 내지 못하고 모두 철수 했다.

원자력발전 역시 북한이 정권 수립 초기부터 영변에 원자력연구단지를 조성하는 등 크게 애착을 가진 에너지원이다. 에너지를 수입하지 않고 북한 내에서 공급이 가능한 흑연우라늄을 사용하여 대규모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들의 자력갱생 이념에 꼭 맞는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기술력이었다. 그래서 구소련에 의지하여 협정을 맺고 원자력발전소를 신포에 건설하려 했지만 90년대 초 구소련이 붕괴되는 바람에 원자력발전소를 갖는 꿈은 무위로 돌아갔다. 이후 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를 통해 신포에서 다시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착수했지만 북한의“핵무기”위협으로 중단되고 만다. 북한이 일찍부터“핵무기 포기 선언”을 했더라면 지금쯤은 북한에서 원자력발전소가 가동되고 있을 것이다. 결국 북한의 경직된 체제가 에너지난을 키운 것이다.

북한이 지금과 같은 에너지부족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국내 에너지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한다. 한정된 자원을 비효율적이며 한계 비용이 높은 국내산 에너지를 생산하는데 쏟지 말고, 외자를 도입해서라도 석유나 가스, 또는 열량이 높은 유연탄을 해외에서 들여와 제품을 만들고 이를 수출하여 외채도 갚고 다시 수입 에너지를 들여오는 선순환(virtuous circle)의 에너지 수급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더구나 북한은 남한과 협력한다면 수입 에너지를 보다 값싸게 사용할 수 있는 유리한 여건에 있다. 예를 들어 동시베리아의 가스가 북한을 통과하여 남한으로 들어오는 동시베리아 가스프로젝트나, 러시아 극동에서 발전하여 북한을 거쳐 남한으로 송전하는 동러시아 전력사업들이 실현되었다면 북한은 비싼 인프라 투자 없이도 가스나 전력을 사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남-북-러 에너지 사업들은 이미 90년대부터 검토해 왔던 사업으로 진작에 북한이 이들 사업에 열린 마음으로 접근했다면, 지금 시점에서는 북한에서 보다 다양한 에너지 사업들이 파생되면서 에너지수급은 물론 북한의 경제도 크게 나아졌을 것이다.

북한의 폐쇄적 에너지 정책은 북한 경제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남북간의 경제협력에도 문제를 일으킨다. 최근 화두로 떠오르는 이른바“통일대박”은 남한 기업들이 북한지역에 투자함으로써 이룰 수 있는 꿈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열악한 북한의 에너지 사정하에서는 조그마한 투자 설비도 가동시키기 어렵다. 북한이 남한의 투자를 허용해도 자급자족의 에너지 체계를 고집한다면 남한의 대북 투자는 “실행될 수 없는 협력”일 뿐이다. 전력의 절반이상을 수력에 의존하는 에너지 공급 환경에서 남한의 합리적 투자는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북한이 자급자족의 폐쇄적 에너지정책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통일대박도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정치체제의 유연성이나 개방은 어렵다 해도 적어도 에너지 정책만큼은 자급자족이라는 폐쇄적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열린 정책으로 에너지 수입을 확대하면서 남한을 비롯한 외국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여건들을 조성해야 한다. 그것이 북한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며 경제난에서 탈출하는 방법이고, 나아가 남북간에 통일대박을 이루는 선결요건이다.

※ 이 글의 내용은 연구자의 견해로서 협회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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