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자원 뉴스레터
 
     
 

전문가 기고문

남북한 해운물류 현황과 과제

최근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한 양측의 경색국면은 우리나라의 통일을 대비한 정책들에 많은 장애와 지연 요인이 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남북관계에 기반하여 우리나라 정부가 추진 중이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 정권에서 추진 중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일환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정책이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과 러시아의 신동방정책과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야 하는데, 남북관계 경색에 기인한 남북뿐만 아니라 북·중·러 간의 갈등이 심화되어 상호 연계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경색국면을 전제하더라도 항상 갑작스러운 계기로 인한 전환 국면이 있었던 과거의 사례를 대비하여 우리나라는 북한과의 협력과 통일에 대한 준비를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해운물류분야는 남북협력에서 제일 먼저 진행되어야 할 사업 중에 하나일 것이다.

최근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에서 보듯이 해운물류분야는 단순히 항만이나 물류분야에 국한되는 산업이 아니라 한 나라의 수출입, 제조업, 금융업 등 전체와 연계되어 있는 중요한 산업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살펴보면, 남북한이 경제협력이나 통일에서 제일 먼저 경제 연결 고리가 되는 물류 흐름을 연결하기 위해 최초로 추진되어야 하는 사업 중 하나가 해운물류분야인 것이다.

남북한의 해운물류분야 협력은 현재 북한의 열악한 사회간접자본의 문제를 단계적으로 개선하고, 조기에 중국의 동북 3성, 러시아의 극동러시아와 연결해서 한반도의 배후지인 유라시아 대륙으로 본격적인 진출을 하기 위한 선도적인 역할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고는 작년까지 남북한 해운물류분야 협력사업이었던 나진항 개발사업을 중심으로 우리나라가 어떻게 북한과 협력을 해나가야 할지에 대한 몇 가지 사항들을 제안1)하고자 한다.

나진항은 1990년대 초반 북한의 나선특구 개발사업의 핵심 인프라로 중국의 훈춘, 러시아의 핫산지역과 철도와 도로로 연결되는 물류측면의 전략적 요충지이다. 2010년 이후 북·중 협력 방식으로 나진항 개발이 진행되었으나, 김정은의 장성택 숙청이후 북·중 간 협력사업은 원점으로 돌아가고 북·러가 추진 중이던 나진항 3부두 사업이 계속 진행되었다. 올해 초까지 우리나라 포스코 컨소시엄이 진행했던 나진-핫산 프로젝트가 이 3부두의 러시아 지분을 우리나라가 일부 인수하여 남·북·러 3자 간 협력사업으로 추진하는 사업이었다.

나진항의 잠재력은 단기적으로 동북 3성 및 러시아 극동지역 등 인접한 북방 시장의 화물 처리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중장기적으로 한반도 물류네트워크의 유라시아 대륙 통합을 내다보는 관점에서 단계적인 연계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특히, 현재 중·러에서 유치 가능한 물동량이 나진항 배후의 연계 물류 인프라 한계로 제한적인 이용만 가능한 상황이기에 단계적인 시설 확충 및 이에 맞는 나진항 개발 방안이 필요하다.

<그림> 나진과 훈춘의 지정학적 위치

<그림> 나진과 훈춘의 지정학적 위치

자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중국 동북지역 진출 신물류체계 전망, 2010.12 재정리.

나진항 개발을 위한 단기 추진 과제로 가장 먼저 고려할 것으로는 항로 개설(나진-강원권, 나진-부산)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단계에서는 우선 이용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동북 3성 물동량(특히, 지린성과 헤이룽장성)을 적극 활용하여, 훈춘 등에서 집화된 화물을 나진항으로 유치하기 위한 작업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초기 소량의 화물 처리를 위해 100~200 TEU 규모의 선박이 투입되는 카페리 항로 확보가 우선되어야 한다. 이는 여객과 화물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카페리의 특성을 활용하여 조선족 자치구의 유동인구들이 해당 해상루트를 통해 동시 이용 가능하므로 수요 측면에서 현실적이다. 이후 현재 이용되고 있는 벌크 부정기선과 함께 점차 컨테이너 전용항로 개설을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단기 계획에는 현재 북·중 관계의 소원으로 협력 개발이 부진한 나진항 1호, 2호 부두의 현대화와 함께 활용 방안을 적극 모색한다. 러시아가 사용권을 갖고 있는 3호 부두의 경우, 당초 러시아는 3호 부두를 컨테이너 터미널로 개발하려던 계획에서 선회, 석탄 터미널로 기능을 전환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항만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는 컨테이너 부두로 활용해야 하며, 중국의 국제중계화물 유치가 필요하다. 또한 해당사업에 우리나라 기업들이 운영사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나진항 2호 부두는 당초 잡화운송을 목적으로 중국이 사용권을 얻었으나 최근 관계 악화로 부두 사용률이 저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호, 2호 부두 사용에 대한 운영권 확보를 위해 남·북·중이 직접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방안과 더불어, 5.24 조치 해제를 전제로 남북 합작 항만하역사 설립도 필요하다. 단 1, 2호 부두는 안벽 길이 및 폭원 확장이 필요하고 상부 시설에 대한 투자도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1, 2호 부두는 세관·출입국관리·검역(CIQ: Custom, Immigration, Quarantine) 건설 등을 통해 카페리 접안시설로 활용 가능성을 모색하고 시설 확충을 통해 다목적 부두 형태의 활용도 제고가 필요하다. 이외 중계화물 처리에 필요한 물류센터(CFS: Container Freight Station) 시설 건설을 통해 소화물(LCL: Less than Container Load) 유치 및 추가 부가가치 물류사업의 추진이 필요하다.

중기적 추진 과제는 나진항 현대화와 함께 나진항 배후단지 개발, 내륙물류거점(제2훈춘 물류센터) 개발을 통한 북방물류네트워크(동북 3성 및 러시아 극동으로 연결되는 TCR, TMGRM, TSR 등과 연계)의 완성이다. 특히 본 단계에서는 동북 3성 및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뿐만 아니라 북한 동북부 지역의 도로와 철도시설 현대화 및 개선 작업 진행을 해야 한다. 나진항과 연계하여 청진항 간 고속도로 포장(현재 비포장), 나진-남양 간 철도 연결, 철도 개선 등 북한 내 연계 물류인프라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나진항을 중계거점 항만으로 하여 배후지역의 화물을 집중시키고 부가가치 물류활동을 할 수 있는 항만배후단지 건설2)이 필요하다. 해당 항만배후단지 내 다수의 물류 및 가공기업을 유치하여 중·러에서 넘어온 중계화물에 대한 부가가치 물류활동을 통한 수익, 물동량 및 고용 창출이 가능하다. 추가적으로 유라시아 동북부 지역의 화물 집적을 위해 중국 동북 3성, 몽골, 러시아 극동 및 시베리아까지 연결이 가능한 내륙물류거점을 건설하여 나진항으로의 물동량 집중을 위한 거점이자 지역 물류중심으로 활용이 필요하다. 더불어, 나진항 2, 3호 부두 리모델링과 4, 5, 6호 부두 추가 개발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나진항 활용 방안은 한반도 전체 항만 시스템의 미래상을 고려하여 나진항 기능을 명확히 설정하고, 이에 따른 남북 항만 간 협력체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나진항 활용의 옵션은 크게 에너지 자원 등 벌크화물 중계, 컨테이너화물 중계, 또는 벌크화물과 컨테이너화물 중계, 여객 수송 등을 동시에 고려하는 복합항만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동북 3성의 공업화, 산업화가 빠른 속도로 진전될 경우, 나진항은 부산항과 연계되어 동북 3성의 산업기지와 연결되는 컨테이너 중계항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나진항에 5만 TEU급 선박이 접안 가능한 중규모 수준의 신항만 건설을 통해 대형선박 접안을 통한 환동해권 중심항만이자 유라시아 해륙복합물류의 거점으로 부산항의 거점 피더(feeder)항만으로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장기적으로 동북 3성과 러시아 극동을 포함한 신북방 지역 내의 남·북·중·러·일의 생산 네트워크 및 역내 분업구조 형성의 추이를 고려하여 나진항 및 물류인프라 개발을 위한 본격 투자가 가능할 것이다. 예를 들면,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북한 노동자를 활용하여 나선특구에 위탁가공 생산기지 조성 등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나진항 개발을 시작으로 한반도 물류체계 통합 및 평화적 통일 기반체계 구축도 가능할 것이다.

본고는 단편적으로 나진항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해상물류네트워크와 중국, 러시아와 연결되는 국제해상물류네트워크에 초점을 맞추어 정리를 하였으나 이외에 북한의 8대 무역항인 남포, 청진, 해주, 신의주, 단천 등의 개별 항만의 특성과 이에 대한 향후 추진 과제들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남포항의 경우 북한의 인구밀집지역과 연계될 수 있는 수출입 중심의 항만기능 제고라든가, 단천의 경우 배후 마그네사이트와 같은 지하자원에 대한 수출을 위한 항만배후단지 내 가공거점 마련 등에 대한 특성별 해운물류분야 과제가 만들어지고 단계별 실행전략들이 나와야 할 것이다. 이것이 남북간 국면전환 시 불필요한 시간 낭비 없이 단기간에 상호 경제협력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자 로드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 이 글의 내용은 기고자의 견해로서 남북협회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1) 본 제안 내용은 이성우 외, 「북방 물류시장과 연계한 나진항 활성화 방안」, 한국해양수산개발원, 2015.4 제안 내용을 축약, 재수정하여 정리함
 2) 현재 나진항 좌측 및 우측에 배후단지 확장 가능성이 충분하며 시가지 쪽인 좌측은 기존 노후 공장시설 정비를 통해 바로 활용 가능함
 
목차

· 국내외 언론동향
· 전문가 기고문

www.irenk.net
지난호 뉴스레터 보기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www.sonosa.or.kr 뉴스레터 수신거부 하기 뉴스레터 추천하기 북한자원뉴스레터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